[카테고리:] 기고글

  • 계속이 만드는 힘

    모처럼 강연회에 다녀왔습니다.
    늘 보도자료를 보내고 소식을 알려드리던 정달식 기자님께 이번엔 거꾸로 상지건축 초청강연회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협회에서 밥 먹듯이하던 포럼이나 강연회 참석이
    정작 실무를 시작한 이후엔 자꾸 후순위로 밀리네요 ^^
    박인석 전 국토교통위원장을 모시고 진행된다는 말에 솔깃해 참여했는데, 강연도 좋았지만…
    오랜만에 만나고 싶었던 분들을 뵐 수 있어 개인적으론 꽤 흥이 나는 자리였습니다.
    ‘아파트 공화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는 주제로 진행된 강연은 단지공화국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우리 사회의 소통 단절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들이 제안되었습니다. 특히 기존 아파트 경계부 리모델링은 의무조경, 공개공지 등의 법적 문제가 있긴하겠지만 충분히 적용가능할 부분인 거 같아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강연 이후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들도 오랜만에 보는 풍광이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나오는 엘리베이터 앞에 붙은 센스있는 초청강연회, 미술강연, 음악 강연 포스터들이 눈길을 사로 잡습니다
    20여년 꾸준히 문화활동을 이어오는 상지건축에 응원의, 부러움의 박수를 보냅니다

  • 차를 내리다 기다림을 익히다

    차를 내리다 기다림을 익히다

    아침 시간
    그윽한 국화 향기가 사무소를 가득 채웠다.
    설국차다.
    편한하게 티팟을 이용해 차를 내린다.
    이 한 잔의 차를 내리는데도 방울방울 기다림이 필요하다.

    우리네 인생도 그러하다.
    하나하나가 영글어지고, 결실을 맺는데는
    그만큼의 시간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얼른 결실을 맺고 싶은 조바심이 수십번도 더 생긴다.
    때론 너무 지루하고 아무런 변화조차 없는 듯해
    기다림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다.
    그런데 그 기다림과 인내가 쌓여 변화가 생긴다.

    한 방울, 한 방울씩 떨어진 국화차가 병을 가득 채웠다.

  • 달라야 한다는 부담감

    “달라야 한다. 다른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 없다.”

    다대동 오피스텔 기획안을 검토 중이던 김경만 회장이 하신 말씀이다.
    그랬다.
    참고로 보내어주신 도면과는 다르게 디자인해야 한다는 생각이 부른 과욕이었다
    “땅이 가지는 절대적 성격은 건축적으로 크게 다를 수 없다. “
    축, 영역, 동선, 향, 조망, 레벨….
    이 기본적인 것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시작은 그렇게 놓고, 작업 도중 검토된 다른 요소에 매몰되어 버린 것 같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근본이 되는 큰 틀은 특별한 이변이 없는한
    유지해 나가면서 고민해야 한다

    처음 함께 디자인을 검토해 보자는 말씀에 기뻐 어쩔줄 몰라하는 순간도 잠시
    첫 작업 내내 이리저리 부닥치고 흔들렸다
    그래도 일을 해본다는 자체로 즐거웠다
    오랜만에 밤을 새워가며 일도 해 보았다

    ** 이번 작업을 통해 오피스텔 작업 시 검토 유의해야 할 사항은 이후 다시 올려보겠다

  • 행복한 일을 하세요

    행복한 일을 하세요

    “행복한 일을 하세요!”
    “그냥 부딪혀 보세요!”

    뒤늦게 인생 터닝포인트를 만들면서
    한참 겁먹고 있는 나에게 L 건축사께서 건네준 첫 마디다

    ‘준비는 되었느냐’
    ‘실무는 어떻게 할거냐?’
    ‘수주는?’
    ‘엄청 힘들고 고된 길이다’
    ‘돈이 안 될수 있다’
    ‘힘들 땐 대출도 각오해야 한다’ 등등
    여태 들어왔던 말들과는 결이 달랐다

    아 —
    잊어버렸구나
    그 사이
    뭘 하고 싶은지….

    내년초 건축을 본격적으로 배워보기로 결정하고
    첨 만나고 싶었던 분이 L건축사님이었던 건
    아마 길을 찾아 줄 것 같은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다

    나란 사람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러면서도 늘 이상에 목말라 있다
    그는 내가 지향하는 삶 저쪽에 있는 분이다

    “해 보세요. 하다가 안 되면 방법을 바꾸면 된다”
    작은 체구 속 그 강인함
    그 속에 있는 내공이 오롯이 드러나는 말들이 전해 진다

    염려했던 것들이 무의미했다
    무얼 생각하고 건축을 하기로 한 것인지 다시 기억하게 되었다
    …..
    …..
    건축 정말 괜찮은 일이다
    그리고 그 괜찮은 일이 하고 싶은 거다
    그래서 앞으로 더 행복할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에도 이 선택한 것을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 내가 이 선택을 하지 않으면 후회를 할 것이다

    ……………..
    시간이 한 참 흐른 후
    나의 모습도 그의 모습을 조금은 닮아 있기를 바란다…

  • 의외의 장소에 세워져 지역경제 발전을 이끈 건축물/ 문화시설

    의외의 장소에 세워져 지역경제 발전을 이끈 건축물/ 문화시설

    얼마전 문화체육관광부가 이건희 기증관 후보지로 서울 용산구와 송현동를 발표하면서
    부산을 비롯해 기증관 건립을 희망했던 30여 지자체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지는 않지만
    ‘이건희 기증관’은 괜시리 기대가 되었던 만큼 기증관이 유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 참에 의외의 장소에 세워져 지역경제 발전을 견인하고,
    여기에 세계적인 이목까지 끌고 있는 문화시설들을 간략히 살펴 보았다.

    ◦ 스페인 빌바오 구게하임미술관
    ‘빌바오 효과’라고 불릴 정도로 말이 필요없는 곳이다. 프랑크게리가 설계한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은 건축물 하나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가늠할 수 있게 했다.
    빌바오는 제철업 등 주력산업이 어려워지면서 도시가 쇠퇴했다. 그러나 구게하임미술관을 유치한 후 미술관을 보려고 빌바오를 찾는 전 세계 관광객이 늘면서 유렵의 손꼽히는 문화관광명소로 부상했다.

    설계. 프랑크게리

    철강산업의 쇠퇴로 진행된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이었다. 공업도시의 특색을 살려 석탄석과 티타늄 3만여장으로 지은 구겐하임미술관은 1997년 오픈하자마자 곧바로 20세기 건축의 최고 걸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건축물 자체로 하나의 조각품이다.
    ‘물고기의 이미지를 건축에 도입했다’는 건축가의 말대로 미술관은 기하학적 곡선을 가진 물고기 비늘 모양의 외관을 형성하고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날씨에 따라, 햇빛의 이동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고 한다.
    매년 10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방문하며, 2조원이 넘는 경제적 효과를 이루어낸다고 한다.

    ◦ 미국 메사추세츠 현대미술관
    노스 애덤스라는 인구 10만명이 살고 있는 작은 동네에 위치할 뿐만 아니라, 산속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 19세기에 지어진 28채의 빈 공장건물을 미술관으로 바꾼 이곳에는 한해 20만 명에 달하는 방문객이 찾는다.

    ◦ 일본 나오시마 지추미술관
    인구 30만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이지만 수십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거대한 예술마을인 나오시마섬. 나오시마는 예술이 섬 마을 전체를 어떻게 미술관으로 바꾸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일 것이다.

    ◦ 일본 미호미술관
    시가현 고카시 시가라키초 자연 속에 이 위치한 미호미술관은 전체 95%를 반지하로 지어 자연을 최대한 보존했다. 현대적인 알루미늄과 유리를 사용해 일본 전통건축을 형상화해 더욱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설계. I. M. Pei

    ◦ 프랑스 마그재단미술관
    프랑스 남동부에 위치한 생 폴 드방스에 있는 현대미술관으로 샤갈, 자코메티, 보나르 등 20세기 거장들의 작품 4만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시골 산간벽지임에도 관람객들이 아침부터 줄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미술관이다.

    설계. 호세 루이스 세르트

    ◦ 박수근미술관
    강원도 양구에 위치하고 있지만 독자적인 콘텐츠와 특성을 지닌 전문 운영으로 매달 수천면의 관람객이 찾는 곳이다.

    설계. 이종호 건축사

    ◦ 러시아 에라르타 현대미술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바실리섬에 위치하고 있다. 비록 메트로시티와는 먼 곳에 자리 잡았지만 2010년 개관한 이후 꼭 가봐야 할 미술관으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 [부일 독자칼럼]산복도로 르네상스 ‘속도전’ 글쎄! 2011. 1. 27

    부산일보 독자칼럼 란에 게재되었던 원고 –

    [독자칼럼] 산복도로 르네상스 ‘속도전’ 글쎄! 2011.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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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부산시청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산복도로 르네상스 마스터플랜 시민공청회’는 산복도로 지역민들로 빼곡히 자리 채워졌다. 시민공청회이지만 늘 그렇듯 지역민들이 참석하리라는 기대가 없었던 터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 세월 산복도로에 터를 잡고 살아온 그들의 변화 열망이 얼마나 간절한지 어렴풋이 느껴졌다.

    공청회는 연구용역을 맡은 부산발전연구원의 발표와 토론,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부산시는 산복도로를 4개 권역 9대 구역으로 나누어 2020년까지 공간, 생활, 문화적 측면의 재생을 이루겠다고 했다.

    문제는 이러한 사업을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추진하려는 것이다. 시는 매년 150억 원의 예산을 들여 1개 구역씩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올해 1차년도 사업대상지는 구봉산역 초량·영주동 구역이다. 하지만 주민 협의체를 구성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추진 사업을 확정하는 일에만도 1년 이상이 소요된다. 주민 참여가 배제된 하드웨어 조성이 아니라면, 1년 내에 이 많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다.

    게다가 시는 이미 해당 사업에 필요한 12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시민공청회가 있기도 전에 실행 예산을 확보한 발 빠른(?) 조치였다.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가 단순히 행정적 절차 수단이 아니라면 말이다.

    산복도로는 부산지역 78개동의 산허리는 잇고 있다. 이곳에 터를 잡고 있는 지역민만도 120만 명에 달한다. 한국전쟁 이후 부산 역사를 오롯이 담고 있는 이곳이 지니는 역사, 문화적 가치, 공간·경관적, 주거 생활적 의미를 살리고자 마련되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이곳이 정말 ‘활기 넘기는 창조적 소통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단기간의 ‘빨리빨리’보다는 제대로 가는 ‘느림의 미학’이 필요할 듯하다.

    물론 질의응답을 통해 나타난 것처럼 이곳 주민들은 산복도로의 조속한 변화를 원했다. 이러한 지역민들의 요구와 정책 사이의 괴리는 주민협의체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줄여 나가야 한다.